호주에서 스코티쉬랑

누가 죽는다구?

성은정이 2005. 4. 28. 15:10

어제는 샘이 좀 늦길래 옆집 캐롤이랑 같이 쌍둥이 이유식 먹이고,

나혼자 애들 목욕시켜서 잠옷으로 다 갈아 입혀놓고,

그래도  샘이 오지 않아 시간 땜빵겸 저녁준비를 했다.

(평소에는 까탈스런 알랙스를 재워야 하기때문에 저녁준비를 할 수가 없다.)

좀 얼큰한게 생각나길래 닭도리탕에 고춧가루랑 초장(고추장이 없어서)을

넣어서 닭다리가 알맞게 익었을때쯤 샘이 집에 왔다.

"허니~ 내가 닭고기 맛있게 해놨지롱~"

근데 안먹는단다. 왜?

엊그젠가 어떤 보스가 회사를 그만둬서 쫑파티한다고 저녁먹고 온다고

한걸 내가 그 사이에 까먹은거다.

이런 화상~.. 그럼 아침에 한번 더 얘길 해줬어야지.

애엄마가 엊그제밤에 이야기한걸 어떻게 기억한다구~

그래도 오늘 지은죄가 있어 "그럼 나 혼자 먹지뭐"하며 옷갈아 입는데

따라 들어갔다.

(오늘 레이첼과 나갔다 왔는데 내가 핸드폰을 한번도 안받은 죄~)

 

그런데 샘이 양말을 벗으면서 가슴아픈 이야기를 들려주는거다.

쫑파티 전에 회사 사람들하고 [보울스]라던가. 한국의 볼링과 비슷한데

풀밭에서 치는게 있다.

그 게임을 할려면 신발을 벗어야 된단다.

그런데 샘이 신발을 벗는순간 빵구간 난 구멍속으로 발가락 하나가 씨익

웃고 있으니 당황할수 밖에...

회사 사람들이 "에이 뭐에요~"하면서 직장상사가 빵구가 난 양말을 신었다고

야유를 하자 다급해진 울 샘 양말 두짝을 확 벗었단다.

그런데 아!뿔!사!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말았다.

누구 눈깔이라도 파먹을듯 긴 엄지발톱이 보이고 말았으니~~

또다시 직장동료들의 야유"우~~~"

그러자 샘이 한 말 "사람이 죽는단 말야!"

직장동료들 : ??

 

여기에는 나의 적나라한 해석이 필요하다.

왜 한국사람들은 밤에 손톱이나 발톱을 깎으면 부모님이 돌아가신다고

하지 않은가.

예전에는 샘이 항상 밤에 발톱을 깎길래 내가 정색을 하면서 말렸다.

그러니 직장다니는 남자가 평일에는 손톱도 아닌 발톱을 깎기는 더 어렵고

발톱을 깎을수 있는 시간은 고작 토,일요일 오전시간뿐인데

지난주랑 지지난주에는 우리가 사람을 초대해서 분주하기도 했고,

집을 내놓은지라 주말에 눈만뜨면 정원손질하고 이것저것 하느라

샘이 미처 발톱을 못깎은거다.

 

다음은 구멍난 양말에 대한 해석.

난 호주사람들 보면서 절약정신에 놀랬다.

예전에 친구 남편이 다 떨어진 티셔츠를 입고 있길래 깜짝 놀랬는데

여기 사람들은 약간 해진 옷 걍 입고 다닌다.(특히 중년 아자씨들..)

양말뿐이던가.

지난번 어떤 남자는 바지지퍼 바로 옆에 구멍이 나서 나는 쳐다보기가

민망했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인거다.

 

여기서야 구두 벗을일이 없으니 구멍난 양말을 신겨도 뭐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다림질 빳빳하게 잘 된 와이셔츠 입은 남자가 빵꼬난

양말을 신었으니..그것도 우리 남편이 그랬다니 당연 미안한

마음이 들수 밖에. 그 양말 당장 버리라고 쓰레기통에 쳐박을려고

했더니 샘이 웃으면서 버리지 말란다.

발가락 다섯개가 다 보일떄까지 신는다나.

내가 너무 정신교육을 잘 시킨게 아닌가 모르겠다.

암튼 잠자다가도 새벽녁에 꺠어 피식피식 웃었다.

양말 두짝을 허벅지에 툭툭 털면서 누군가를 살리고자 했다는

샘의 거룩한 항변을 생각하면서~~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