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육아일기

참기름 먹이지 마세요!

성은정이 2005. 7. 8. 13:44

지난번 비안카가 못을 삼킨 이후로 애들한테 내가 너무

소홀하지 않나 싶어서 인터넷도 더 자제하고, 우유보다는

이유식이나 밥을 먹임으로써 나름대로 열심히 해나가고 있었다.

 

엊그제 아침.

눈을 뜨는데 김치죽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이번에 한국가면 잊어버리지 말고 김치죽 해줘요!"

그런데 통화를 하다보니 그때까지 기다리기도 너무 멀고

마침 집에 익은 김치도 있겄다. 그래서 만드는 방법을 배워서

쌍둥이 아침을 먹인뒤 김치죽을 직접 만들어봤다.

맛은 뭐 그런대로 비슷하긴 했지만 참기름을 엄청 쏟아붓고

깨를 뿌리고 나니 냄새가 쥑인다.

 

한 숟가락씩 후후 불면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이미 아침을 먹은 비안카가 입맛을 쩝쩝 다신다.

줘? 말어??

된장국,미역국,곰탕까지 잘먹는데 김치죽도 먹을수 있겠지!

우리 비안카 9개월에 김치죽까지 먹는구나하면서 아기수저로

한 숟가락 줘봤다.

먹고 나더니 '엄마 한입 더주세요'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다섯번 정도 더 준것 같다.

둘이 맛있게 죽을 먹고 비안카가 졸려하길래 재우고 나서

한시간쯤 뒤 비안카가 일어났다.

 

아니 그런데!!

비안카 이마 한 중앙에, 눈 바로 밑에, 턱 밑에 하나씩

뭐가 문것처럼 빨갛게 올라온게 아닌가.

오~노우~

이걸 어쩌나 조마조마 하다가 옆집 할머니한테 데리고 가봤다.

"저기..비안카한테 참기름을 조금 먹였는데 괜찮을까요?"

옆집 할머니 로즐리(새로 사귄 이웃)는 아마 알러지인것 같다며

한시간정도 지켜본 후에 그래도 더 안좋아지면 의사한테

가보자고 한다.

(알랙스는 아침에 자느라 같이 안먹은게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면서 알랙스도 있고, 집안 청소도 해야할테니

자기가 비안카를 데리고가서 지켜보겠단다.

이사온 이후로 몇번 차를 같이 마시긴 했지만 이렇게 고마울수가.

옆집 할머니편에 비안카를 잠시 맡기고 비안카가 괜찮아지기를

바라며 집안 청소를 했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애들 이유식에 내가 맛있으라고 참기름을

탔다고 했더니 샘이 깜짝 놀래면서 만들어놓은 이유식을 몽땅

버리길래 속으로 씨부렁씨부렁 했었는데 또 일을 저지른 것이다.

비안카가 걱정이기도 했지만 샘한테는 뭐라고 해야하나.

 

청소하면서 옆집 할머니한테 전화를 해보니 비안카는

자기집에 오자마자 좀 놀더니 잠이 들었다 한다.

그리고 얼굴은 더 괜찮아진것 같다고..다행이다.

 

한시간쯤 후 비안카가 다시 왔다.

사건 심각!!

비안카 얼굴 거의 전체가 올록볼록 난리가 난것이다.

자고 일어나서 얼굴을 마구 긁더니 몸에까지 군데군데

두드러기처럼 빨갛게 올라온게 한둘이 아니다.

 

결국 의사한테 갔다.

의사 하는말이 아이들 알러지 1순위가 바로 참기름이란다.

그 외에 소 우유, 땅콩, 계란, 깨 등등이 있다며 집에

가서 읽으라고 알러지 팜플렛도 한장 끼어주며 처방을 해준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비안카 몸무게를 재보니 9킬로나 나간다.

의사도 깜짝 놀래면서 체중이 보통 한살짜리 애들처럼 나간다며

원래는 1밀리를 줘야 하는데 2밀리씩 약을 먹이라고 한다.

 

집에 오자마자 처방받은 약을 먹이고,

샘이 오면 계란을 먹였는데 알러지를 일으켰다고 하자고 말을 짰다.

그리고 비안카만 먼저 목욕을 시키고 잠옷을 입혔다.

샘이 오기 5분전.

기적이 일어났다.

비안카의 얼굴에 난 빨갛게 부어올랐던 두드러기 같은게

모두 쏙 들어간거다.

약 먹인지 1시간밖에 안됐는데. 우와~

로즐리와 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샘이 집에 왔을때는 계랸을 먹였는데 어쩌고 저쩌고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샘과 헬로우하고 집에가는 로즐리가 나를 보고 찡긋 윙크를 한다.

완전범죄가 따로 없었다.

애들은 날마나 조금씩 커가는데

내 간은 날마다 조금씩 쫄아드는것 같다.-_-**

 

 

**비안카와 알랙스의 여권용사진을 올릴려고 했는데

어째 사진이 안뜨네요. 조만간 올릴께요^^.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