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회상...샘과의 첫만남

성은정이 2003. 2. 28. 18:06
혼자서 어케 해볼려고 했던 이력서는 도저히 문법 실력이 짧은지라 결국은 옆집 케일런(고등학교 장학생-케일런 엄마 신디랑 친해져서 몇번 케일런 하교길에 픽업하는데 따라가기도 했었다.)에게 부탁했더니 무색하게시리 하룻밤만에 후딱 끝내버린 내 이력서를 들고 찾아간곳은 호주에서 제일 크다는 ●●브래드회사.

우리의 만남은 예견된 것이었을까. 오전에 있는 회의가 취소되어 잠시 고객서비스 사무실로 온 샘과의 첫만남.(간혹 매니저가 아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이력서를 주면 그애들이 바로 쓰레기통으로 넣어버리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
맬깁슨을 닮은 그의 잘생긴 외모에 기분이 방~뜨긴 했지만 알프스소녀 하이디 같은 환하게 웃는 나의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한마디로 첫눈에 콩깍지가 씌였다)나에게 샘이 다음주 금요일에 다시 와줄수 있겠느냐 물었고 나의 대답은 당연히 O.K.
그래도 솔직히 그때 나는 딴맘은 없었다.
그땐 일자리 구하는게 급선무였으니까.
암튼 손꼽아 기다리던 다음주 금요일. 헬로우~하고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무섭게 샘이 의자를 박차고 나오며 헬로우 베이비~하며 나를 반겼다.
겨우 두번째 만난 여자에게 베이비라고 호칭하는 그가 좀 어색했지만 어쩌랴. 그게 서양사람들의 달콤한 호칭인걸.
명함을 주길래 속으로 짜식 이쁜건 알아가지구...하면서 명함을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나중에 들어보니 지난주에 내가 다녀간뒤 샘이 어찌나 내 이야기를 했던지 오늘 다른 여직원이 내가 방금다녀갔는데 만났느냐고 염려전화까지 해줬댄다...ㅋㅋ

친구에게 그날 맬깁슨을 닮은 남자한테서 명함을 받았다고 했더니 당장 전화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날밤 당장 친구랑 셋이 커피숍에서 첫인상 호구조사 및 탐색전...
그.리.고. 다음날부터 내가 한국에 다시 들어오기전까지 매일매일 마르고 닳도록 만나기 시작했다.

다섯번째 만남에서 첫키스.^^*
내가 원체 술을 잘 못해서 와인한잔 들어간 알딸딸한 상태이긴 했지만 샘이 그토록 사랑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어느 여자가 안넘어가리-.
다음날부터 뽀뽀는 우리의 공식 인사(?)가 됐다.

호주에 와서 뭐가 제일 하고싶었냐는 샘의 물음에 나의 대답은 당연히 "번지점프!!"
20시간씩. 왕복 40시간을 운전하며(나 그때 정말 감동했다-)케언즈의 번지점프대에 같이 서준 나의 샘.
40시간을 차만 타고 달렸으니(그때 우린 장장 168시간동안 손을 잡고다닌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지루했을법도 하건만 아-사랑의 힘은 정말 위대했다. 시간이 그토록 빠르다고 느꼈으니.
가족이야기며,첫사랑이야기부터 마지막사랑까지의 이야기등 할말 못할말 다하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서로에대해 열심히 탐구할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현재 내가 한국에 나와있는 48일동안(에게..요것밖에 안되나??)하루도 빠짐없이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주며 "처음사랑 끝까지~"를 실천하고 있는 의지의 샘!!

샘은 가끔 내게 이야기한다.
한국여자와 스코틀랜드남자가 호주에서 만난 우리의 만남은 매직이라고...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