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우리옆집 "바보"

성은정이 2003. 7. 11. 13:44
지난 한주간 나의 거의 미치다시피 잡초를 뽑았는데 이게 어찌나 재밌는지 엄마와 샘의 감시를 받을 정도였다.
밖에 빨래 널으러 갔다가도 뽑고, 햇볕에 있는 신발 옮기러 나갔다가도 뽑고. 처음엔 샘이 "베이비. 너 지금 뭘하고 있는거니. 약을 뿌리면 잡초는 다 죽으니까 그만해"라고 달래다가 나중에는 또 내가 안보인다 싶자 문을 열고선 팔짱을 낀 상태로 간단하게 "베!이!비!"한다.
약을 뿌리면 정말이지 간단하게 죽겠지만 왕잡초 줄기를 하나 발견했을때 나머지 잡초들도 우두둑 따라서 뽑힐때의 그 쾌감이란~~
쨍쨍 햇볕에 잡초를 뽑고나면 손톱에 흙까지 까맣게 끼어서 보기에 썩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가 잡초뽑기를 그만 하게된것은 집 앞쪽의 시멘트 사이에 나와있는 다른 잡초들을 뽑다가 풀독이 올랐는지 이틀동안 손가락이 마늘을 한보따리 까고난 사람처럼 쓰려서 그만 두게 된것이다.
암튼 잡초를 뽑으면서 친하게 지내게된 이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우리옆집 강아지 [바보]다.
왜 이름이 바보냐면 자기가 강아지 이면서 밤만되면 마치 늑대처럼 "아우~~"하고 짖어대기 때문이다.
나야 잠자리에 들면 5분안에 잠이 드는 스타일이라 한번도 그 아우~소리를 들은적이 없지만 예민한 샘은 가끔씩 그 강아지때문에 잠을 설친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샘이 만약 오늘밤에도 저 강아지가 짖어대면 옆집주인한테 가서 강아지를 잘 보살피지 않으면 우리가 키우겠다고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들었는지 요즘엔 조용하다.(물런 나는 여전히 깊은잠때문에 못듣지만)
그래서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그 강아지를 보면 "바보야"한다. 만약 "스추빗(영어로 바보)"이라고 하면 그 집 주인이 듣고 화를 낼지도 모르니깐.

암튼 처음엔 내가 밖에만 나가면 이녀석이 담너머에서 짖어대길래 여간 신경이 쓰여서 하루는 흙이 잔뜩 묻은 풀을 담장사이로 건네줬더니 그걸 먹는게 아닌가.
장난 삼아서 주다가 이젠 아예 밥처럼 풀을 주다가 한번은 샘한테 걸려서 그러면 강아지가 나중에 아프게 된다고 하길래 나중엔 비스킷도 조금씩 주곤 했는데 그러면서보니 이 강아지는 온종일 집에서 혼자 노는 거였다.
여기 사람들은 주로 강아지는 집안에서 키우는데 이 사람들은 계속 마당에 방치를 하는지 이 강아지는 혼자서 대야도 가지고 놀고, 지네집에 있는 풀도 잘 뜯고 한다.
아마도 밤이면 외로워서 그렇게 짖어댄 모양이다.
나랑 좀 친해진 뒤로는 나를 보면 꼬리를 무쟈게 흔든다.
헉. 그런데 오늘아침 그만 못볼걸 봐버렸다.
항상 담장사이로 보느라 그동안은 잘 몰랐는데 이 강아지 눈색깔이 짝짝이지뭔가.
지난번에도 한번 눈색깔이 짝짝인 개를 본적이 있었는데 그 개주인이 장난으로 뱀하고 싸우다 그렇게 됐다고 해서 무지 떤적이 있는데 또 짝짝이눈을 봤으니~.
그래서 그냥 아침엔 바보야 안녕?하고 인사만하고는 들어와버렸다.

동물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강아지나 고양이들도 처음들은 말이 영어여서인지 내가 한국말로 하면 통 못알아 듣는다.
예전에 내가 10분쯤 되는 거리에 있는 집에 놀러갔다가 해가 일찍 저물어서 집에 바래다 주겠다는걸 그냥 뛰어가면 된다고 사양을 하고 나왔는데 조금 걷자 큰 개 한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나를 따라오는게 아닌가.
개라면 조그만 강아지라도 벌벌 떠는데 사람 한명도 지나가지 않는 곳에서 큰 개를 만났으니.
그나마 내가 무서워하는걸 보여주면 안되겠기에 한번씩 뒤돌아보면서 발로 땅을 쾅쾅 치며 "가!저리가!" 해도 전혀 반응이 없는거다.
나한테 달려들면 가방으로 반격을 할 자세로 거의 뛰다시피 집에 도착해서 커다란 개가 나를 계속 따라왔다고 거의 울다시피 얘기 했더니 이 사람이 밖으로 나와서
"고 웨이!"하니까 어슬렁어슬렁 가는거다.
그때서야 알았다. 아~애들도 영어로 말해야 알아듣는구나. 영어의 필요성을 또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어제는 샘이 티브이에서 광고를 하는 립스틱을 사가지고 왔다.
흑인,백인,동양인여자 세명이 나와서 선전을 하는데 어찌나 섹시해 보이던지 분홍색이 잘 안맞는 나도 아~나도 나중에 하나 사야지 싶었는데 샘이 사온거다.
저녁식사를 다 하고나서 양치질을 하고 드디어 다이아몬드가 그려진 그 립스틱을 발랐는데. 에게~이거 완전 광고에 또 한번 속은 꼴이다.
모델들이 발랐을땐 엄청 빤짝거리고 색깔도 선명하더니 내가 바르니까 그냥 분홍 립스틱이다. 그나마 립글로스를 약간 덧바르고 샘한테 짜자잔~하고 보여줬더니 박수를 칠 자세로 기대하고 있던 샘은 판타스틱할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참 예쁘다며 중간박수를 쳐줬다.
어찌됐건 받은게 있으니 오늘은 오랫만에 샘의 와이셔츠5장이랑 파자마까지 다렸더니 땀이 날 지경이다.
내일은 토니와 가비랑 같이 우리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해서 메뉴를 짜야된다.
불고기용,스테이크용 쇠고기, 닭고기 종류별로 고기도 갖추어져 있고, 아이스크림이랑 과일이랑 사놓은것도 있지만 초대를 핑계로 내일은 한국슈퍼에 다녀와야겠다.
내일은 누구나가 좋아하는 토요일이다.
다들 즐거운 주말 되시길~~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