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샘과의 하루

성은정이 2003. 8. 1. 09:39
오늘은 샘 출근하고 나서 일찍 밥을 먹고 샤워를 끝낸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엊그제 엄마가 한국으로 가시고, 내 기분을 이해하는 샘은 다음날 하루 휴가를 내고 우리는 골드코스트에 다녀왔다.
내 기분전환도 있었지만 토요일에 있을 홀스레이싱(경마)에 입고갈 드레스랑 챙이 큰 모자를 사기 위해서였다.
샘의 회사에서 pay를 하기때문에 입장료,점심식사가 무료에 여자, 남자 베스트 드레서에게 $100의 상금이 걸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약 한복이 있었더라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이었을것을 아쉬워하며 쇼핑센터를 뒤지기 시작했다.
모자를 파는 숍에 갔더니 영화에서나 나올듯한 망사가 길게 늘어진 모자며, 우스꽝스러운 모자까지 정말 모자세상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찾는 모자와 드레스는 없어서 다음 가게로 다음 가게로..
우리는 거의 5시간을 뒤진끝에 적당한 드레스를(드레스라고 해서 레이스가 덕지덕지 달린 폭이 넓은 그런 드레스는 아니다) 하나 샀다. 나의 쇼핑스타일은 필요한것을 적은뒤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메모를 보며 쇼핑을 하는것에 비해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나중에는 발바닥이 욱신거려서 걷기가 힘들정도였는데 그래도 내 옷을 고르기위해 나보다 더 열심인 샘을 보고는 아무말도 못하고 묵묵히 돌아다녔다.
이제 그만 됐다고 커피나 마시러 가자는 나의 말에 샘은 한군데만 더 가보자고해서 우리는 숍에 들어갔는데...세상에나...우리는 거기서 내게 너무나도 어울리는 드레스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옷이 너무 길어보여서 질질 끌고 다녀야되겠다 싶었는데 입어보니 의외로 길이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똥빼도 가려지고 키도 훨신 커보이면서 늘씬해보인다.
[귀여운 여인]이란 영화를 기억하는가. 샘은 내가 꼭 쥴리아로버츠 같단다. 상점주인이 내게 예쁜 바디라인을 가졌다며 럭키라고 하자 샘은 그런 와이프를 가진 자기가 럭키라면서 입이 헤~벌어진다.
예쁜건 좋은데 가격이 너무 높아서 내가 'no'라는 싸인을 보냈는데도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샘은 이미 계산을 끝낸뒤였다. 다음달 타격은 좀 있겠지만 ㅎㅎㅎ 그래도 나도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옷은 날개라 하지 않았던가.
모자는 결국 우리가 만들기로 했다. 단지 2~3시간을 위해서 10만원이 넘는 모자를 사기에는 돈도 아깝고 자주 쓰지도 않을걸뭐. 우리는 모자와 꽃,까만 레이스를 각각 따로 사서 모자를 만들었는데 한마디로 퍼펙트했다.

어젯밤에는 나를 위해 하루를 같이 보내준 샘을 위해서 멋진 저녁식탁을 꾸몄다.
와인도 먼저 따놓고 부드러운 음악을 틀어놓은뒤 예쁘게 화장도 하고, 먼저 샀던 다른 드레스를 입고,샘이 사준 귀걸이에, 향수에, 머리스타일도 약간 바꿨다.
샘이 집에 들어서서 나를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며 멍~하니 놀래더니 "베이비, 유 아 고저스~"한다.(고저스튼 뷰티플보다 더 아름답다는말^^)
우리는 레스토랑의 분위기에서 우아하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샘이 내가 그냥 화장을 지우기엔 너무 아름답다며(우린 아직 콩깍지가 씌어있는 상태다.)쇼핑센터에라도 다녀오자고 너무 졸라서 결국 나는 크리스마스파티에 막 다녀온 여자의 차림으로 쇼핑센터에 가서 계란을 사가지고 왔다. 그런 차림이 익숙치 않은 나는 어찌나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럽던지.ㅎㅎ
헉. 샘이 잠깐 커피를 마시러 집에 들렸다. 이만 바빠서~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