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샘이 만드는 요리-비빔 부라부라~

성은정이 2003. 9. 30. 09:19
샘이 퇴근할 시간이 되어 저녁준비를 해야되는데
어째 몸이 피곤한지 말을 안듣는다.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하면서 문득문득 꾸는 꿈에서도
눈을 떠보려는데, 졸음이 발목을 잡고 일어나지
말라며 자꾸 나른함속으로 끄집고 들어간다..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다른날보다 1시간 빠른 4시에 샘이 퇴근을 했다.
그냥 누워있으라는 말에 못이기는척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건 6시.
잠결에 뭐가 딸그락 딸그락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이구..또 우리집 냉장고안에 있는 채소 반틈은 날라가겠구나 싶었는데 샘이 저녁준비가 다 됐다고 깨운다.
음..맛있는 음식냄새..
예상했던대로 이것저것 들어간 샐러드에 내가 어젯밤 양념해놓은 돼지불고기다.

샘이 만드는 샐러드는 매번 다른맛이 나는데 오늘은 약간 짭짜름한 맛.
먹다 보니 왠 콩??
우리집에 콩이 있었던가??
씹어보니 엄마가 지난번 만들어주고가신 콩자반의 콩이다.
'잉~ 이걸 섞으면 어떡해. 내가 얼마나 아껴먹는건데'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음식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그냥 한번 씨익 웃어주고
"맛있네"하면서 계속 먹었다.

샘이 요리할때는 무조건 섞는다.
냉장고 야채칸 열어서 야채란 야채는 조금씩 다 썰어 넣는데 어쩔때는 생 콩나물이 그냥 씹히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야채를 사용하더라도 감자 1개, 당근 1개, 파 1줄기..
이런 식으로 사용을 하면 좀 좋아.
파만 해도 색깔 낼려고 조금만 썰어넣으면 될것을
2~3개는 꺼내서 그중 가장 튼튼하고 새파란 놈을 골라서 채를 썰고 나머지는 곧바로 쓰레기통 직행이다.
그러다보니 샘이 요리를 할때는 일주일에 두세번도 장을 볼때가 있다.
나는 또 쟁겨놓고 먹어야 하는 타입이다 보니..

이야기 둘.
우리집 수영장 공사가 드디어 반틈이 끝났다.
지난주 일요일 토니가 와서 구덩이에 도착한 수영장 통을 같이 집어넣고 2시간동안 물도 채웠다.
그래도 아직 물에 들어가면 안된단다.
약도 해야되고, 필터로 물에 떠있는 더러운 것들도 청소해줘야하고 타일도 깔고 안전장치도 해야된다.
만들때는 무지 힘들고 커보이더니만 해놓고보니
옆집 수영장의 새끼수영장 정도밖에 안된다.
스파보다 약간 크다고 하면 될까.

그래도 작게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날마다 한시간씩 필터로 청소를 해줘야 하는데 전기료하며, 증발되는 물도 채워줘야 되고
(큰 수영장은 물을 세게 틀어놓고 하루는 받아야 된다니 물값만 해도 엄청나겠다 싶었다.)
정기적으로 약 해줘야지, 높으신 분한테
'저희 수영장 만들었는데 이 정도면 하자 없죠?'하고
리포트도 해야된다.

콧구멍만한 수영장이지만 룰도 만들었다.
반드시 수영복을 입고(반바지 나시 통용안됨)
수영모를 쓸것. 대머리는? 음...

샘은 이번에 공사가 얼마나 지긋지긋했는지
혹시 이담에 우리가 이사를 가서 그집에 수영장이 없더라도
다시는 수영장을 안만들겠단다.
흐흐흐..나는 샘을 안다.
내가 엉덩이 슬슬 긁어주면 아마도 더 삐까뻔쩍한 수영장을 만들거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