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땅콩을 먹어도 뚱뚱해지나??

성은정이 2003. 10. 3. 09:31
지난주 토요일이던가..
나는 집안에서 샘이 틀어준 '타잔'을 보고
샘은 하루종일 녹초가 될때까지 구덩이 판 흙을 날랐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나는 안방에서 수나 놓는 마님이고
샘은 머슴처럼 일만 하는가 싶은데 그건 아니다.
그날도 몸이 너무 나른해서 누워있었는데 샘은 그 일이 남자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일하다가 자기 물마시고 싶을때 물마시면서 내게는 콜라까지 갖다주고 점심도 자기가 만들어서 나를 깨웠었다.

암튼 그날밤 9시쯤 샘이 갑자기 잘려다 말고 자기몸이 땅콩을 간절히 원한다며 그 시간에 땅콩을 먹는거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밤 9시에 먹으면 살쪄. 지금 먹으면 다 똥밖에 안된다구!!"
밤늦게 먹는건 좋지않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면 샘이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딱 요만큼만 더 먹으면 안될까요?'하는 표정을 짓는게 너무 귀여워서 장난으로 그런건데 갑자기 샘이 강하게 나오는거다.
"난 이거 다 먹고 톰처럼 뚱뚱해질거야!"
나는 핑 토라진 표정으로 일부러 반대쪽을 보고 누웠다.
그랬더니 그 땅콩을 쓰레기통에 버리는게 아닌가.
아니 음식을 버리다니..

다음날 우리는 평소처럼 아침을 맞이했지만 속으로는
'그래 네가 띠룩띠룩 살이쪄도 난 안말린다 안말려'맹세를 했다.
그런데 어젯밤 샘이 뭔가 잔뜩 할말이 있는 사람처럼 오더니
"저...땅콩 조금만 먹어도 될까?" 하는거다.
"먹어. 난 자기가 살찌는거 걱정안해"하면서 일부로 새팩을 터주면서 내밀었더니
"아니. 조금만 먹을거야."하면서 딱 한주먹만 집어간다.

그러고나서 10분쯤 뒤..
내가 계속 인터넷을 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샘이 장미를 입에물고 무릎을 꿇은채로 걸어온다.
난 샘이 무릎을 꿇고 걸어오는것보다 못보던 장미를 어디서 가져왔나 그게 더 궁금해서
"그 장미 어디서 난거야?"했더니
장미가 문제가 아니고 자기는 정말정말 나를 사랑한단다.
나는 그래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 장미 어디서 났냐니까?"
우리집에 있던 거란다. 큰 화병에 꽂혀 있었다는데 조화이기도 했고 우리집에 꽃이 좀 많은데다가 내가 좀 무덤덤한 편이라 몰랐었다.

어제 샘을 따라서 툼바에 같이 갔었는데 샘은 사람을 만나는 동안 나는 쇼핑을 하면서 우리는 1시간 후에 만나자, 30분후에 만나자 하는 식으로 약속을 했었는데도 어제 내가 매번 조금씩 늦어서 미안함에 약간 쫄았었고,
샘은 일때문에 스트레스 받은걸 내가 옆에서 묵묵히 봐주니까 그게 고맙고 미안했던 모양이다.
거기에 또 땅콩을 먹었으니~^^

자기는 내가 있어서 정말 힘이되고 내가 가장 든든한 베스트 프랜드라면서 계속 입에 장미를 물고 사랑한다고 하니 나도 "사랑해~" 하면서 꼬옥 안아줬다.

아침에 3일만에 해가 떴다.
덕분에 나는 아침일찍 세탁기도 돌리고,
예정대로 샘은 비지니스 골프를 하러갔다.
나같으면 회사에서 돈 다 대주면서 멋진 운동하게 해주지, 밥도 주지 좋을것 같은데
샘은 그냥 일하는게 좋단다.
하긴 골프장비가 하나도 없는걸로 봐서 샘은 골프에 별로 흥미도 못느끼고 그래서 골프실력은 별로인듯 하다.
(지난번엔 2박3일 회의 일정에서 자동차 경주가 있었는데 1등을 해서 트로피랑 와인,샴페인을 받아왔었다.손에는 물집이 잔뜩 잡혀가지고.)

오늘 우리가 대청소를 해야 되는 날이라 자기가 일찍와서 도와줄테니 무리하지 말고 조금만 하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다음부턴 땅콩을 먹는다고 하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기분으로 줘야겠다 싶어진다.
땅콩이 우리의 사랑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것 같은 기분좋~은 금요일 아침이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