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정이 2003. 11. 30. 19:37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와서 "회식"이라는 단어를 듣고 오랫만에 듣는 그 단어가 무척이나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사람들은 워낙 가정이 최우선이라
샘만 봐도 5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정확히 5:30.
가끔 회식비슷한 것이 있을라치면 우리처럼 평일에 있는것도 아니고 꼭 금요일 밤에 부부동반으로 참석을 한다.

암튼 엊그제 금요일밤에는 지난주에 미뤄진 우리회사 회식이 있었는데
(여기 골드코스트에만 직원이 12명이니 그리 작은 회사는 아닌듯 싶다.)

나는 목요일밤에 샘에게 다음날 회식이 있으니 나 늦어도 걱정말고 먼저 저녁을 먹으라고 했더니
밤에 내가 운전하고 오는게 마음에 걸리는지 끝날시간이 되어 전화를 하면 데리고 오겠단다.
죵말??
출퇴근하느라 하루에 기름한칸씩이 없어지는데다가 요즘엔 하루 일과가 끝나면 가끔은 어!벌써 집에 도착했네~싶을정도로 멍한 상태로 운전을 했는데 아무튼 잘됐다싶었다.

드디어 하루 일과가 끝나고 회식장소로 이동.
(내가 이렇게 회식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만에 한국음식을 종목대로 맛볼수 있기 때문이다.)

육회,보쌈,계란찜,이름모를 탕종류,젓가락 몇번 갔더니 훵~하게 비어버린 25,000 이나 하는 비싼 순대까지.
최대한 말을 아끼며 열심히 먹고 있는데 갑자기 울사장님이 내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는지 제동을 건다.
"은정씨, 우리 오늘 노래방까지 갈건데 신랑한테 늦는다고 이야기 했어요?
보쌈을 막 입에 넣었던터라 어그적어그적 급하게 씹어대며 대답을 할려는데 옆에 동생이 거들어 준다.
"샘형부가 데리러 올거래요."
"아~그럼 같이 노래방 가면 되겠네"

노래방으로 이동하기전에 샘에게 전화를 했다.
"쟈갸~ 밥먹었어?"
지금 골드코스트에 와있단다.
"어~그럼 지금 우리 가라오케룸에 갈건데 글리루 와"

한국 노래방이 있다는건 잡지에서 많이 봤지만 막상 노래방에 간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간곳은 쉽게 말해서 룸살롱.
우리끼리 실컷 놀았지만 부르면 아가씨가 출동하는 그런곳이었다.
나중에 샘이 도착하자 울 차장님이 환영주,소개주..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이름을 붙이며 딤플을 스트리트로 3잔을 권하자 샘도 3잔을 연속 비운다.
샘이 3번째 잔을 비우자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직원들이 다들 열렬히 박수를 쳐준다.
에궁..여기가 무슨 부탄까스파 조직인감~
나는 샘이 걱정이 되어서
"쟈갸..첫잔부터 무리하면 어떡해..일부러 마시지마.."
샘이 조용히 내게 한마디 한다.
"베이비. 이거 굉장히 비싼 술이야~"
끙..그 뒤부터 나는 부어라 마셔라 열심히 샘의 잔에 위스키를 채워주었다.^^

울 직원들중에 나이로 치면 나는 노년층(?)에 속하기 때문에 애들노는걸 보니 정말 신나게들 잘 논다.
나는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약간 망설이는데 울남편 샘은 나보다 더 먼저 분위기에 융합이 되어,
한데 뭉쳐서 열심히 놀고있다.

나중에 집에 갈 시간이 되자 술마시고 운전하면 안되다고 나를 데리러 골드코스트까지 온 샘은 술에 취하고 기분에 취해있어서 옆자리에 앉히고 졸린눈 비비며 내가 운전을 했다.
역쉬 노는건 한국사람이 즐기면서 잘 노는것 같다.
울남편 목소리까지 약간 가게 만들었으니~

지금 호주는 고등학생들이 학기가 끝나서 홀리데이 기간이다.
그래서 시드니며 골드코스트에 호텔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덕분에 경찰들도 쭈악 깔려있는터라 나는 샘의 차를 시속 100km에 자동으로 맞춰놓고 핸들만 잡고갔다.
(샘의 차는 전격z작전에 나왔던 키트도 아닌데 시속을 버튼으로 맞춰놓으면 악세레이터를 밟지않고 버튼으로 운전을 할수가 있다.아마도 넓은 나라라 장거리 운전이 많아서 그런듯 싶다.)

금요일의 피로가 과했던지 어제는 하루종일 둘다 겔겔겔해서 몸이 죽겠더니 오늘은 다시 원상복귀가 된듯하다.

예전에는 월~금요일까지는 내가 요리를 하고
토~일요일은 샘이 요리를 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그래서 어제는 내가 요리를 하는 날이었는데 샘이 생선이 먹고싶다고 해서 부랴부랴 엄마께 전화를 했다.
처음했는데도 느무느무 맛있는 생선조림완성.
오늘밤엔 템뿌라가 먹고싶다고 해서 이왕 하는김에
고추전,깻잎전,굴튀김,양파튀김까지 종합셋트로 장만하고 샘이 좋아하는 미역국까지 끓여줬더니 한숟갈 입에 떠먹을때마다 맛있다며 극성이다.

"어제 먹은 생선조림이랑 오늘먹은 템뿌라랑 어떤게 더 맛있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강도가 높은 질문이다.)
"음.. 다맛있어."
"정말?? 난 너무 음식을 맛있게 잘해. 그치?
"오~베이비. 자기가 최고야!!"
나: "으쓱으쓱~^^"

첫만남에서 고기종류를 먹으면 남녀의 호감도가 더 높아진다는데 우리는 육해공군을 다 섭렵해서인지 심지어 밥한톨 씹을때에도 애정이 더해지는것 같다.^^;

내일이면 12월이 시작된다.
여기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라 진즉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금씩 느낄수가 있는데
다음주부터는 손님초대, 크리스마스파티등으로 주말에 쉴 시간이 없을것 같다.
그리고 해피 뉴이어는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보낼수 있게 되었다.
정말 HAPPY NEW YEAR가 될것같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