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해물탕
성은정이
2004. 5. 24. 12:34
한국에서 10년간 꾸준히 직장생활만 하다가, |
어찌하여 외국남자를 만났고, 그래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
살아야 한다면 당연히 음식솜씨는 꽝!이어야 한다고 본다. 난.^^ |
그래도 토종 한국인인지라 임신을 하고보니 입맛만 살아서 먹고싶은게 |
한번 생각나기 시작하면 괴로울 정도다. 왜냐..못먹으니까.. |
그중 하나 먹고싶었던 음식은 해물탕. |
한국슈퍼 갈때마다 해물탕 물만 붓고 끓이는거 없냐고 슈퍼아줌마를 |
귀찮게 했더니 드뎌 슈퍼에서 해물탕 재료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
주말마다 한국슈퍼가서 장봐오는 돈도 장난 아니지만 그래도 뭐 나도 |
돈을 버니까 눈치안보고 당당히 먹고싶은거 다 고른다. |
그런데 해물탕을 딱 사놓고 와서 조리법을 보니 에게.. |
[물을 적당히 붓고][기호에 따라 야채를 넣은다음]..아..이러지 말았으면 |
좋겠다. 음식할때 이 '적당히'라는 말과 '기호에 따라'라는 말이 나같은 |
음식 초짜에게는 얼마나 애매모호한 말인지.. |
물을 넣고 끓이다가 전화를 들었다. |
우리집 전화는 버튼을 누를때 삑삑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를 듣더니 |
옆에서 샘이 킥킥 웃으면서 또 엄마한테 음식만드는거 물어볼려고 하지? |
하고 묻는다. 여시같은 남자.. |
엄마한테 물어보니 뭐 들어가야 될게 그리 많은지.. |
멸치다시다, 갈은 마늘, 미원 약간, 된장도 조금, 고추장과 고춧가루도 |
더넣어야 되고, 생강도 티스푼으로 조금(생강을 넣으니까 정말로 맛이 |
확 달라졌다.) |
그리고 야채는 양파, 호박, 무, 깻잎(무랑 깻잎은 운좋게 오늘 샀었다.) |
지글지글 보글보글 30분을 넘게 끓이고 밥도 새로 만들어서 식탁에 |
올렸더니. 헙..이게 과연 내가 만든 해물탕이란 말인가… |
샘이 "판타스틱~~"이란 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
요즘 나는 음식을 조금만 많이 먹었다 싶으면 체한것처럼 늘 속이 답답해 |
지는데 둘이 어찌나 그 해물탕이 맛있었는지 나는 밥을 두그릇이나 먹고, |
샘은 두그릇 반이나 먹었다. |
많이 먹는것처럼 미련한 일이 없다더니만.. |
샘과 나 수저를 놓음과 동시에 배가 터질려고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낑~ |
근데 임신이란게 참 이상하다. |
배는 곧 터질것 같은데도 입이 또 고파지는 거다. |
또 거기에 음식을 먹고난 뒤의 미지근한 속.. |
점심때 베스킨라빈스에 가서 제일 큰걸로다가 아이스크림을 다시 사 |
왔는데 그게 또 땡기는 거다. |
그래서 밥배와 아이스크림배는 따로 있는거다~하면서 또 꾸역꾸역먹고.. |
아래 사진은 나중에 샘 애기보는거 훈련시키느라 포대기에 인형을 업어 |
보라고 시킨거다. 여기사람들 포대기를 처음 보는거라 다들 신기해 |
하는데 암튼 샘이 엄청 좋아라 했다. |
파자마 색깔과 포대기 색깔이 비슷해서 좀 이상해 보이긴 한데~ |
뒤에 얌체처럼 업혀있는건 울집 알렉스다. |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