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고등어김밥
성은정이
2004. 6. 9. 13:02
어제 퇴근이 1시간정도 빨라서 샘을 기쁘게 해줄 생각으로 전화도 |
안하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
치..그런데 이 남자 내 차가 빤히 도착하는게 보이는데도 나오질 |
않는다. 어쭈구리~ |
일부러 밖에서 문을 쾅쾅쾅!두드리고 들어갔다. |
샘이 주방에서 뭘 열심히 하다가 히힝..하면서 왜 전화도 안해주고 |
오냐고 한다. |
"당신 기쁘게 해줄려고 그랬쥐!" |
"나도 당신 기쁘게 해줄려고 써프라이즈한 저녁을 만들고 있었는데.." |
뭔데뭔데~ 샘을 제끼고 주방으로 가보니 |
우하하 김밥재료가 쭈악 펼쳐져 있다. |
고등어김밥'을 만들려고 열심히 후라이팬에 고등어를 지지고 있던 |
모양인데 벌써부터 김밥에 밥은 떡칠을 해놓고.. |
김밥에 올려진 밥이 평면으로 잘 펴지지가 않아서 유리컵으로 |
납작하게 눌렀다는데 그러고도 어찌나 밥이 두껍던지~ |
"밥에 양념은 했어? |
"무슨 양념??" |
"맛소금넣고 참기름넣고…에이 그냥 간장에 찍어먹으면 되니까 |
넘 신경쓰지말고 하던거 계속해" |
그러고서 뇌리에 뭔가 후다닥 스치는게 있었으니… |
아니나 다를까. |
손질이 다 되어있다길래 일부러 머리까지 통째로 붙어있는 고등어를 |
2마리 들어있는거 사놔서 감춰놨더니 어느새 샘이 그걸 찾아서 |
머리는 땡강 잘라서 혹시라도 내가 찾지 못하게 이미 바깥에 있는 |
쓰레기통에 옮겨놓은 뒤고, 가운데 몸통만 엑기스로 아주 작게 |
남아 있었다. |
"생선에 가시가 어찌나 많던지 걸러내느라 혼났어~" |
헙..차라리 말을 말어.. |
그래도 그 정성에는 감동받았다. |
한번도 김밥만드는걸 가르쳐준적이 없었는데 자기가 해보겠다고 |
낑낑대는게 귀여워서 옆에서 도와줄테니 김밥을 말아보라고 했다. |
김밥위의 밥은 이미 딱딱하게 식었지..밥양은 많지.. |
거기에 상추넣고 고등어를 얹으니 김밥이 말아지지도 않는다. |
그래도 기념이라 어찌어찌 터진 김밥 옆구리를 안보이게 가리고 |
접시에 올리니 딱 3개 올리고 나니까 접시가 꽉 찬다. |
그래도 맛은 괜찮더구만! |
예전에 김밥하면 으레 시금치,당근,계란,햄이 들어간 김밥만 |
생각했었는데 여기서는 고등어김밥, 멸치김밥, 김치김밥, |
불고기김밥 별의별 김밥을 다 만들어 먹었다. |
첨에 이상할거라 생각했는데 맛은 다 괜찮았다. |
생각을 바꾸니 김밥색깔이 달라졌다.^^ |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