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큐라
자식키운지 22개월만에 속썩이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나의 간을 콩알 만하게 만들어준 그이름 알.랙.스.
간단히 알랙스를 설명하자면..
아직 어금니는 소식도 없는 비안카에 비해,
생후 15개월때 위아래 어금니까지 치아 16개를 완전히 갖춰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던 알랙스.
이가 근질근질 했는지 툭하면 만만한 비안카를 물어뜯어서
얌전한 울 비안카 가끔은 멍이 들 정도로 물리기도 했었다.
이빨 독이 오죽 독한가!
한번은 앉아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무방비 상태의 내 뱃살을 물리고 말았다.
물려보니 비안카 심정을 알겠드만. 눈물이 똑 떨어지도록 아프더라고.
그때 내가 어찌나 벌쩍 뛰면서 알랙스를 나무랬던지 그다음 나는 면제부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화를 내고, 비안카를 물면 내가 알랙스 손을 다시 물면서
'거봐라, 너도 아프지?'하고 간접 복수를 해도 무는걸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비안카도 질세라 둘이 잘 놀다가 서로 맘에 드는 장난감을 차지할때면
한번씩 물고 물리는 악순환의 연속.
오죽했으면 울 엄마가 어라큐라{어디든지 무는 드라큐라}라는
바로 이녀석입니다. 올 여름에 찍었던 사진.
그러다가-
어제 킨디에서 1살짜리(한국나이 2살)아이의 얼굴을 알랙스가 물었는데
어찌나 세게 물었던지 피까지 흘렸다고 한다.
샘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지라 나는 그 아이의 상태를 볼수 없었지만
샘의 말로는 아~주아주 좋지 않았다고.
만약 그 아이의 부모가 신고를 하면 우리가 감옥에 갈수도 있대나~
내가 펄쩍 뛰었다.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 알랙스 잘못이라고.
하지만 이 어린애가 뭘 알고 그랬겠냐고.
아마도 그 아이가 알랙스가 가지고 있던걸 빼앗으려 했던지
알랙스를 화나게 해서 알랙스가 물었을 거라고.
평소 맞고 들어오는 자식보다 때리고 들어오는 자식이 낫다고
부르짖던 나인지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부모 입장에서는 어땠겠는가.
당장 우리집에 쫓아오고 심정이었을거다.
어쨌든 내일 초코렛을 사서 그 부모에게 전해주라고 할 참이다.
초코렛 가지고 미안함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미안한 마음이라도 받아달라고..
킨디에서는 무서운 전달사항이 떨어졌다.
알랙스가 또한번 다른 아이를 물면 자기네는 다른 아이들 보호차원에서
그 킨디와는 굳바이를 해야 된단다.
발등에 진짜 불똥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 한주는 알랙스 관찰 및 안 물어뜯기 강조의 주다.
그전에도 주변사람들에게 여러차례 조언을 구한바 있지만 다들
그러다 만다고 하니..
내 사랑이 부족해서일까.
오늘은 알랙스를 더 많이 안아주고, 같이 놀아주고, 착하다고, 멋지다고
작은 행동에도 쉴새없이 칭찬을 해줬다.
그래서인지 알랙스는 오늘 단한번도 비안카를 물지않고 잘 놀아줬다.
알랙스의 무는 버릇이 없어지도록 내가 더 정성을 쏟아겠다는
생각과 다짐이 든다.
알랙스!
부족함이 너무도 많은 엄마지만,
엄마가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처럼 좋은 아들이 되어주렴..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