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육아일기

짐을 싸다.

성은정이 2004. 9. 1. 15:33

인터넷에 접속을 하면서 울 쌍둥이들한테

"엄마가 컴퓨터 사용하는거나

앉아있는게 불편하면 발로 쾅쾅쾅 쳐라. 알았지?"했더니

30초도 안지나서 뱃속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어제는 또 병원에 다녀온 날.

나의 조바심과는 다르게 애들은 열심히 잘 커주고 있다.

울 딸 비앙카는 이제 세상에 나올 준비를 굳히려는지

9개월동안 고수하던 "제대로 서있기"자세를 바꿔서 머리를

밑으로 물구나무 서기를 시작했고,

울 아들 마틴은 자리잡기에 약간 밀렸는지 배꼽밑에서 계속

누워있다가 요즘은 차렷자세로 서 있는 모양이다.

 

언제나 병원에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시나 어제도

병원에 원피스를 입고온 산모는 나 혼자 뿐이다.

다들 불편하지도 않는지 나보다 배가 훨씬 많이 나온 산모들도

모두 바지를 입고 온다.

나도 병원 갈때는 그나마 콧바람 쐬러 나간다 생각하고

어제도 뚱~하고 배를 내밀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갔지만서도^^

 

병원에 다녀와서는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내 가방과 울 쌍둥이 가방.

이제 32주가 되었으니 언제 비상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약간의 신호만 오더라도 바로 가방만 들고 병원으로 날아가자는

샘의 제의를 받아들여서.

 

호주는 의사들도 까운을 입은걸 못봤지만 환자들도 역시나

환자복을 입지를 않는다.

그래서 내가 병원에서 입고 있을 옷들도 넉넉히 챙겨야 하고

울 쌍둥이 옷도 병원책자에 나온 준비물 대로 왠만한건

두당 5개씩 챙기는데 준비물에 이상한게 적혀있다.

[남편 수영복과 타올]

아니 지금 피서가는 것도 아닌데 어인 남편 수영복??

물어보니 아내가 샤워할때 남편이 같이 거들어줘야 하기때문에

남편 수영복과 타올이 필요하댄다.

아이구 세심하기도 하셔라~

 

형광펜으로 색칠까지 하면서 준비물을 가방에 꾸리고나니

어째 기분이 이상해진다.

진짜 얼마 안남았구나.

울 애기들 낳을때 많이 아프진 않을까?

우리가 애기들을 잘 키울수 있을까?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무슨 색일까?

샘과 나를 정말로 닮았을까?

어휴~ 고 이쁜것들 태어나서 세상에 잘 적응을 해줄까??

갖가지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오늘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벌써 저녁을 준비해야될 시간이다.

하긴 11시에 일어났으니 하루가 짧을수 밖에 없기도 하지..

그래도 샘은 나보다 더한다.

아침에 곯아 떨어져 있는 나에게 일어날때즈음 전화하겠다며

침대 옆에 전화기로 놔주고 갔는데 12시가 조금 못되서

전화를 한거다.

내일은 한 9시쯤에 일어나서 샘한테 전화를 걸어 놀래켜 줘야쥐.ㅋㅋ

 

울 쌍둥이들은 좀전에 그렇게 신호를 보내도 내가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포기를 하고 자는 모양인지 조용하다.

'그래 애들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