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어쨌거나..부부싸움 연장전

성은정이 2003. 9. 1. 12:51
어제 샘이 1시간만 낮잠을 자고 일어나겠다고 했을때만해도 다시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온듯 했었다.
나는 샘이 집에 있을때는 인터넷을 안하는데 덕분에 시간이 생겨 잠깐 칼럼도 올리고.
사실 잠을 좀 오래 자는듯 싶었다.
깨울까..하다가 얼마나 피곤했으면~싶어서 그냥 푸욱 자라고 놔뒀더니만 2시간만에 스스로 일어나더니 한마디 톡 떨어뜨리고 간다.
"은정!내가 1시간만 잔다고 했잖아"
나: 멍~~~

샘이 깨어나기 10분전쯤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었다.
그런데 말없이 바깥으로 나가더니 세차를 하기 시작하는거다.
마른 걸레가 저쪽에 한바구니 쌓여있는데 아직 상표도 안뜯은 새 독일산 행주를 갖고 나가는데도 어라~내가 잘못한건가 싶어서 따라나가서 호스로 물좀 뿌려줬더니 "땡큐"한다.
(서양사람들..부부사이여도 '땡큐'나 '익스큐스미'란 말을 참 잘쓴다.)

계속 지켜보고 있기도 뭐해서 집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저녁을 준비하자니 좀 이른것같고해서 나는 샘의 와이셔츠를 다리기 시작했다.
사실 '네가 나한테 꼬라지를 부려도 나는 그 모든걸 참고 너의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다'는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2장만 다릴 생각이었다. 다리고 있다보면 샘이 내가 뭘하고 있는지 지켜보러 올것이고 나는 와이셔츠 하나도 아주아주 정성들여서 서툰 솜씨로 힘들게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기에.
어라..그런데 이남자! 세차를 끝내더니 좀전에 소나기로 촉촉한 잔디에 물을 주기 시작한다. 것도 30분씩이나~~
그래. 한번 해보자 이거지~ 성씨 고집을 모르는 모양인데 내 한번 보여주지!!
나는 방에 불을 켜고 캄캄해질때까지 와이셔츠 5장을 다 다렸다.(사실 일요일에 와이셔츠를 다리면 월요일에 할일이 없는데 씨~)
중간에 샘이 호스로 유리창에 장난을 한번 치긴했는데 난 그냥 찍!한번 째려보기만 하고 계속 일을 했다.
마지막 와이셔츠를 다릴무렵 샘이 주방으로 들어와 스카치를 마시려는지 얼음을 꺼내는 소리가 들린다.
샘은 항상 자기가 마실때 나한테도 뭐 마실거야? 하고 물어보기 때문에 음~드디어 스카치 한잔 갖고오겠군. 그냥 모른척 한번 웃어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혼자서 마시고 있다. 각본이 이게 아닌데..
나는 옷장에 조심히 와이셔츠를 걸어놓고 일부러 샘옆을 지나갔더니 샘이 "아 유 오케이?"하고 물어봐주길래 금방 약해져서 "쟈갸~오늘 저녁에 생선 구워먹을까?" 한다. 성씨 고집 무너지네~

오전에 비싼 고등어를 한마리 사왔는데 반틈은 오늘밤에 먹고 나머지는 나중에 혼자 점심먹을때 먹을려고 일부러 따로 썰어서 놔뒀더니 생선을 굽던 샘이 나머지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본다.
내가 음식을 바깥에 놔둘때마다 샘이 박테리아가 생긴다고 해서 또 박테리아 이야기가 나올까봐 아깝지만 걍 나머지도 갖다줬다. 덕분에 좀 많아보이는 고등어.
우리둘은 열심히 먹다가 내가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조금 밥에 올려줬더니 자기는 아예 반토막을 내 그릇에 준다.
그리고 나서 씨익~
참나. 생선 한젓가락으로 이렇게 끝날것을...쯧쯧..

저녁을 먹고(물론 같이 설거지를 했다^^)텔레비젼을 봤는데 하필이면 매맞고 사는 아내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더니 샘이 하는말이 혹시 나중에 우리가 크게 싸우게 되더라도 제발 자기를 때리지는 말아달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싸울때는 항상 츄리닝을 입어야되는데 여기에는 내 츄리닝이 없으니 염려 말라고 했다.

암튼 어젯밤 샘은 잠이 안와서 거의 12시까지 눈이 말똥말똥했고 나는 낮잠 안깨워준 죄로 옆에서 같이 텔레비젼을 봐야했다.
에이~이게 뭐야. 체력소모,정신력소모.. 다음엔 성질좋은 내가 좀 참아주고 안싸워야겠다. 오늘 이야기 끄~읕~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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