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숍에서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밑에 서랍을 정리하고 막 일어서는데
모자를 벗은 경찰 아자씨가 서 있다. 헙..
나...왜이리도 경찰만 보면 간이 벌레벌레 떨리는지..
그러니까 세월을 거슬러 11년전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곧바로
티코를 구입하고 일주일째되던날 출근하다가 교차로에서 경찰한테 지대로
걸리고 말았다.
노란불이었는데 그냥 갔으면 상관없었을것을, 브레이크를 밟아서 안된다나??
나보다 다섯살은 어려보이는 그 어거지 경찰에게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다가 결국은 만원을 찔러주고 풀려났던 그 쓰라린 기억..
그 이후로는 경찰만 보면 괜히 기분 나쁘고, 좀 겁나고 그런다.
그리고 현재 내가 여기서 운전필기만 합격 해놓은 상태라 괜히 도둑이 제발 저리는
심정으로 뜨끔 했던거다.
서론이 무진장 길었다.
암튼 그 호주 경찰은 목걸이 체인을 사러 왔는데 그 경찰이 맘에 들어 하는 체인이
좀 길어서 내가 길이를 좀 줄여주고도 체인값만 받으니 그 경찰은 그게 또
고마웠던지 짧은 대화가 오가게 됐다.
호주에 산지 오래됐느냐---쫌 됐지요.
그러면 지금 영주권자?----그런디요
호주가 맘에 드느냐---넹~(이 질문은 현지인들한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자
나 역시나 다른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호주 살면서 사람들이 루드한 적은 없었는지?---이 대목에서는 말을 좀 많이했다.
내가 동양사람이라서 으례 영어를 못하는줄 알고 헬로우도
안해줄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것때문에 자존심 많이 상했었는데
남편 말대로 내가 먼저 헬로우 하면서 극복했다.
그랬더니 이 호주 경찰아자씨. 나보고 자기가 그런 사람들을 대표해서 미안하단다.
아니. 뭐 그게 당신 잘못은 아니지요. 동양사람들이 영어때문에 수줍어 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요. 뭐 이러면서 착한 대화가 오갔다.
나중엔 호주가 아시아에 가까운 대륙이라 미국이나 다른 서양나라보다는
아시아와 호주가 더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큰 키에 선한 인상 만큼이나 짧은 대화에서도 정말 착한 경찰이라는게 느껴지는
이 호주 경찰아자씨는 나에게 악수까지 청하고서 해피한 하루가 되라며 환하게
웃어주고 나갔다.
모르는 사람하고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대화하다가 나중에는 서로 연락처까지
주고받게 되는 여자들,
은행창구에서 입금을 하고 나서 직원에게 자기 허리며 팔다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 머리가 허연 할머니,
뭘 사러 온 경찰하고도 이렇게 스스럼없는 대화를 하게 되는 곳이 호주가 아닌가 싶다.
아침에 기분 좋은 이 대화로 나의 하루가 해피했음은 물론이다^^
**글하고는 전혀 상관없지만 오늘도 나의 사랑하는 쌍둥이들 사진을 올려봅니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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