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실례합니다~

성은정이 2003. 10. 31. 07:18
아침에 엄마랑 통화를 했다.

"엄마! 샘서방 한약좀 먹여야 겠어요.
요즘에 잠도 깊이 못자고 자꾸 피곤해 하네~"
"그럼~ 한약 먹으면 좋지"
"근데 한국서 갖고 들어올수 있을래나 모르겠네??"
(호주는 입국금지 품목이 까다로운 편이다.)

"근데 아침은 먹었니?"
"웅..라면.."
"라면? 왜 라면을 먹어. 밥을 먹어야지!"
"걍..아침에 라면이 땡기더라구요"

우리엄마..눈치 빠르게 물으신다.
"그럼 샘 점심 도시락은?"
"라면 싸줬지(컵라면과 스넥 한봉지)~^^"

우리엄마 할말을 잃으셨다.
보약을 챙기질 말든지,
아님 점심도시락을 부실하지 않게 싸줘야 되는데-.

그래서 오후에는 호박전도 부치고,
엊그제 한국슈퍼에서 사온 단무지도 고춧가루와 참기름에 맛있게 비비고 볶음밥과 함께 미리 내일 도시락을 다 만들었다.
단무지는 김치대용으로 먹을려고 한건데 의외로 샘도 맛있다며 잘먹는다.

샘이 퇴근해서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밤에 열리는 한국문화축제를 보러갔다.
한인신문에서는 한복패션쇼도 하고,
각종 풍물놀이 및 음식 시식회가 2시간 동안 이어진다고해서 갔는데 역시나..다.
태권도 시범은 그래도 볼만했는데 그 뒤로부터는 영 어수선~.
'아리랑'연주도 바이올린보다는 가야금으로 연주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공연시간도 2시간이라고 했는데 '빨리빨리'한국습성에 맞춰 1시간만에 다 끝나버렸다.)

우리는 일단 시식부터 하고보자고 길다란 줄에 서있다가 드디어 우리가 접시들고 음식을 맛볼 차례.
샘이 능숙하게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는걸 보고
김치 집어주던 아저씨가
"You use very well"하니까
샘이 "고마워요~잘 머겄씁니다~"한다.
크으..음식 아직 맛보지도 않았는데 잘먹었다니..오버하고 있다..!
그래도 한국사람을 보면 무표정한 우리와는 달리 자기가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돌아서는건 좋다.

집으로 오는길에 샘이 오늘 자기 한국말 괜찮았냐며
자기는 더 한국말을 잘하고 싶다면서
'Excuse me'는 어떻게 말해야 되냐길래
'실례합니다'하고 말하면 된다고 했더니 어렵댄다.
어려워? 음 그러면~~
난 예전 코미디 장두석 부채도사의 [실례합니다송]을 열심히 불렀다.

샘이 팔자눈썹으로 지금 뭐해??하는 표정이다.
전에 '반갑습니다'라는 단어를 배울때는 [반갑습니다송]을 열심히 따라하더니 이 노래는 별로 안땡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걍 그대로 외우라고 했다. "실례합니다~"
그리고 내일아침 이 단어를 안잊어먹고 있으면
이제부터 내가 샘을 부를때
"샘아~"하지않고 "똑똑아~"라고 부르겠다고 했는데
출근시켜놓고 나니까 이제서야 생각이 난다.

오늘 저녁에 확인해보고 기억하고 있으면
저녁메뉴가 닭다리만으로 하는 닭도리탕인데 닭다리 7개중 4개를 줘야겠다.^^

헙..그러고보니 오늘이 내가 365일중 제일 좋아하는
[시월의 마지막밤]이네~~
아무래도 오늘은 이방저방 촛불 다켜놓고 촛불잔치를 해야될것 같다.

독자님들도 시월의 마지막밤 운치있게들 보내셔요~~~^^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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