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외조

성은정이 2003. 11. 8. 19:57
여자가 직장생활을 할려면 남편의 외조가 필요하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

혹시나 싶어서 지난 일요일 밥통에 밥하는걸 가르쳐줬는데 월요일부터 샘이 제대로 써먹고 있다.
나보다 먼저 집에 오는 죄(?)로 집안살림은 자연스럽게 샘에게 넘겨준 모양이 되고 말았는데,

내가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바로 뮤직 큐~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저녁을 준비해놓은 샘 덕분에^^
미안해서 설거지라도 할려고 하면 내가 운전을 너무 많이 해서 피곤해서 안된다며 극구 말린다.
사실 나는 샘이 설거지하는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거 왜 깨끗한 그릇에 꼭 뭐하나씩은 묻혀놓는지원~

암튼 그래서 오늘은 주말이기도 하고 내가 하는 집안일이라야 고작 일주일에 한번 하는 집안청소밖에 없어서 와이셔츠를 다리기로 했다.
지난번에 다리미는 너무 오래되서 3주전에 새 다리미를 샀는데 깨끗하게 잘 다려지는게 너무 좋아서 여러장을 다려도 싫증이 안나는거다.
나는 옷장에 별로 필요없는 와이셔츠까지 7장을 가지고 나왔다.

두번째 와이셔츠를 다리는데 온도가 너무 높았는지 헉..또 사고 발생.
하필 그때 샘이 다가올게 또 뭐람!
보더니 말없이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킨다.

(여기서 잠깐!
어젯밤 샘의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에 같이 다녀왔는데
샘이 지난번 내가 다리미 자국을 선명하게 남겨놓은 조끼를 입을려고 하는거다.
샘은 거울을 보면서도 눈치를 못챈듯 했지만
차마 말은 못하겠고..그래서 날도 더운데 뭐하러 조끼를 입을려고 하냐며 말려도 원래 사람이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법! 조끼를 입는게 낫겠단다.
그래서 '나 미워하지마~'하며 실실~웃으면서 이실직고를 했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음은 물론이다.)

이틀연속 내 실수로 옷을 2개나 버리게 되니 미안하기도 했지만, 구입한지 얼마 안된 다리미 탓을 할수도 없고!

과정이야 어찌됐건 식단걱정(음식 만드는 것보다 뭘 만들까~결정 하는게 더 어려운것 같다)
다리미질까지 해방이다.

호주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때도 운전자가 직접 기름을 주유하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가는데
기름 떨어질때가 되면 알아서 샘이 내 차를 끌고가서 기름을 넣어오니 그저 고마울 수밖에~

내 생각에 샘의 외조는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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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 직장생활은 재미있답니다.
처음엔 좀 적응이 안됐어요.
여직원이 "차장니~임. 나 오늘 떵쌌어요"하면
차장이란 분이 "이야~ 쌌어?? 축하해~"
나: 띠용~

한국사람 그리워서 한국회사에 들어갔는데
회사사람들, 한국 가이드들, 한국 관광객들..
그러다가 어제는 호주 택배아저씨가 왔는데 제가 속으로
"우와~외국 사람이다~"그랬죠.ㅎㅎㅎ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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