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결혼을 후회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하늘이 무너지듯
배신감을 당한 기분이란...
아니꼽고...더럽고...치사하고...
오늘은 한달에 한번 한국언니들과 만나는 날이었다.
셤니도 계시기에 아침에 나가면서 6시 이전에는 들어오겠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나는 한번 집나가면 집에 전화하는거 참 싫어한다.
노는것(?)에도 방해가 되고 애딸린 여자가 어련히 집에 안들어갈려구-.
열심히 수다떨고 있는데 4시쯤 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뭔가 큰일이라도 있는듯 언제 집에 오냐길래 5시까지 간다고 했다.
덕분에 1시간동안 수다에 집중도 안되고 이래저래 다음달
만날 날짜를 약속하고 허둥지둥 집으로 왔다.
집에 와보니 뭐 별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비안카와 알랙스가 하루종일 울어대서 옆집 사람들이 다녀갔고,
이를 짠하게 본 캐롤이 내일 하루종일 아이들을 봐주기로 했단다.
한달에 고작 한번이지만 애엄마가 밖에서 콧바람 쐬고 온 죄로
부지런히 같이 우유 먹이고 목욕시키고 애들 재우고..
물론 저녁은 셤니가 하셨다.
문제의 저녁식사 시간.
오늘 매뉴는 치킨바베큐.
식사전에 약간의 설거지를 하는데 샘이 자기엄마한테 묻는다.
"엄마! 어느 부위 드실래요? 다리? 가슴살??"
내 분명히 들었다.
샘 엄마가 아무거나 달라고.
그런데 막상 식탁에 앉고보니 샘과 셤니 접시에는 허벅지가 터질듯한
닭다리가 하나씩 있고 내 접시에는 퍽퍽한 가슴살이 있는거 아닌가.
너무너무 서운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닭다리 얼마나 좋아하는데..
울엄마 같았으면 샘하고 내 접시에 다리하나씩 올려주시면서
'나는 괜찮다'하셨을테고
나는 오히려 '엄마는~ 엄마가 닭다리 드세요'하면서
나머지 하나는 당연히 사위한테 줬을텐데...
며느리는 서양사회에서도 역시 며느리인가...
자기엄마랑 나랑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하겠냐는 물음에
0.1초도 안되서 나를 구하겠다던 사람이 양심에 닭다리만한
가책도 안느끼고 열심히 닭다리를 먹는 모습이란---.
울화가 치밀고 배신감이 느껴져서 퍽퍽한 가슴살을 포크로 한번
확 찍었다가 접시채 들고 일어서서 주방으로 갔다.
그러고선 일부러 보란듯이 가슴살을 다시 오븐에 반납하고
까장까장 남은 닭고기 부위를 손으로 뜯었다.
그제서야 샘이 왜그러냐고 하길래
"이건 너무 딱딱해"하면서 일부러 남은 날개 한쪽만 접시에 담았다.
고개 한번 안들고 날개 한쪽만 정말 맛없게 먹고나서
(사실 점심을 많이 먹어서 배는 안고팠다) "잘먹었습니다"했다.
아무튼 오늘 이후로 샘이 너무 달리 보인다.
셤니가 오신후로 돈도 물쓰듯이 펑펑 쓰고 있다.
매끼마다 양손가득 쇼핑을 해와서 담달 신용카드 고지서가
날아오면 심장마비를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지금 모든것이 집과 한국가는 것에 들어가야 될 판에-.
내 다시는 치킨바베큐 먹자고 하는가 봐라.
한번쯤 나에게도 닭다리 먹을래?하고 물어만 줬어도
이렇게 씁쓸하지는 않을것을..
며느리여서..그래서 너무 서럽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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