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호주에 와서..드뎌 인터넷되다~~

성은정이 2003. 6. 19. 15:16
야호~드뎌 한글로 글을 쓸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얼마나 행복하던지 굽은 손으로(여긴 겨울이라 아침이면 좀 춥다.)여기저기 와있는 메일에 답장을 띄웠다.
그동안 칼럼을 쓰고 싶어서 어찌나 좀이 쑤셨던지.흐흐흐

호주 도착하고 벌써 오늘이 10일째다.
도착했던 첫날. 비행기가 30분이나 빨리 도착하게 되어 입국수속을 아주 편하게 할수 있었고, 짐도 우리 짐이 제일 먼저 나와서 마치 전용기를 타고 온듯한 기분이었다.
입국도장을 막 받으려는 순간 따로 대형수화물로 맡긴 웨딩포토가 생각나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나는 다시 짐을 찾으러 들어가고 엄마만 먼저 입국심사를 받았는데 글쎄 마약검사를 하는 강아지가 내 가방 뒤에서 계속 킁킁거려서 경찰이 가방을 풀러보라는게 아닌가. 가방안에는 물런 새것이긴 하지만 선물로받은 작은 된장과 고추장이 있었는데..그래도 아주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있게 가방을 열어보일려고 했더니 갑자기 이 강아지가 순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과는 달리 웃으면서 통과~(작년에 호주에 도착했을땐 손톱깍이 때문에 걸렸었는데 내가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메고 있던 가방을 모두 풀어헤쳤던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오니 훨씬 날씬해진 샘이 환하게 안아준다.
이제 내가 살게될 나라여서 인가.
싱가폴공항에서만 해도 어색함이 있었는데 호주에 도착해서 처음 마주친 공항직원들에게서조차 친근감이 느껴진다.

집에 도착해보니 또한번 쇼킹이다.
작은방에는 태극기가 걸려있고, 거실엔 블라인드를 떼버리고 한국식 발로 커텐을 꾸며놓은 한국식 집.
전날 10시까지 페인트칠을 했다는 집은 예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나를 감동케 했다.
어느정도 짐을 정리하고 나니 토니와 가비(샘의 절친한 이태리 친구)가 잘 도착했냐며 집에 들려주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가지고온 웨딩테이프가 DVD테잎이라 볼수가 없다고 했더니 가비가 자기집에 DVD가 3대가 있는데 하나는 새것이라며 그걸 주겠단다.
이게 왠 횡재~~ 그래서 같이 가질러 토니집에 갔더니 정말 아직 상표도 뜯지 않은 완전 새거다.

첫날이지만 엄마를 위해 일단 한국슈퍼에 다녀왔다.
김치를 담궈야 하니까. 그동안 김치에 맛을 들인 샘이 한국슈퍼에서 몇번 김치를 사다먹었는데 이제 마누라가 왔으니 당연히 담궈먹어야지.
고등어랑 만두며 두부까지 이것저것 사다보니 한국슈퍼에서 잠깐 장본것만 8만원어치다. 아직 써보진 않았지만 가계부를 가져온건 참 잘한것 같다.

다음날은 이민성에 가는날.
샘은 내게 계속 잘될거라고 했지만 걱정이 안될수는 없는 일이다. 이민성에서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깨갱~하면서 짐을 싸서 돌아가야되니깐.
그치만 인텨뷰 1시간만에 영주권받기전 2년동안 아무탈없이 머무를수 있는 브릿징 비자를 발급해주겠단다.
것두 내 워홀비자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음주까지는 비자를 발급해주겠다는 편지를 보내주겠다며.
일이 이렇게 잘 풀릴수가.
알고보니 그동안 샘이 5~6회 혼자 이민성을 왔다갔다 하면서 필요한 서류들에 대한 확인작업을 모든 마친 후였고, 우리 담당자인 브라이언과 가끔 연락을 하며 우리 와이프가 올려면 몇일 남았다~하는 식의 전화를 했었다고.
암튼 브라이언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난주에 비자를 찾으러 오라는 편지를 보내주어 나는 이미 브릿징 비자를 받은 상태다.
이제는 아파도 병원에 갈수 있고,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도 있으며, 일을 시작할수도 있지만 일단은 쉬기로 했다.
엄마는 미래의 우리 아기를 위해서 턱받이랑 벼게,신발에 수를 놓기 시작하셔서 나는 심심하던 차에 잔디에 잡초가 보이길래 몇개 뽑다가 재미를 붙여서 2시간이나 손으로 뽑았더니 허리가 너무 아파서 샘이 오기전까지 좀 누워있어야 할것 같다.

점심엔 귀한 라면을 먹었고 오늘 저녁 메뉴는 수제비다.
어제는 엄마가 김치찌게랑 고등어를 구워주셨는데
어찌나 맛있었는지 샘이 점심으로 싸달라고 해서
아침에도 밥에 김치찌게를 주고(보통은 토스트에 계란,커피)점심으로 또 밥에 김치찌게,녹두나물을 싸줬더니 아까 전화가 왔다. 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샘이 한국음식을 싫어했더라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다행히도 샘이 한국음식을 너무나도 잘먹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밤 한국식으로 밥을 먹고있다.

여기는 지금 겨울이라 아침엔 꽤 쌀쌀하다.
한국에서 챙겨온 내 털옷들을 집안에서 유용하게 입고있으니 어쨌든 호주까지 챙겨온 본전은 뺀 셈이다.
지난 일요일엔 골드코스트에 다녀왔는데 나는 추워서 목폴라에 쟈켓까지 걸친 반면 호주사람들은 바닷물속에 들어가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 사람들은 살가죽이 더 두꺼운것 같다.

또하나. 여기와서 요즘 새벽녁에 꿈을 많이 꾸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옛날 친구부터 조카들,회사사람들까지 참 많은 사람들을 꿈속에서 만난다.
아무래도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벌써 5시가 다 되어가네..좀 누워있을려고 했더니만 곧있으면 샘이 퇴근할 시간이라 저녁준비를 서서해 해야겠다.
다들 행복한 저녁 되시길.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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