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샤론의 출산

성은정이 2003. 8. 15. 10:32
샘의 인디언 친구 샤론이 새벽녁에 드디어 첫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샘이 퇴근하자마자 우리는 엄마가 샤론이 애기낳으면 선물로 주려고 준비해놓으셨던 호주에서 수놓으신 벽걸이랑 애기용품 그리고 샘은 영어로,나는 한국말로 축하한다는 내용을 적은 카드랑 예쁘게 리본으로 묶어서 병원을 찾아갔다.
지난번에 나도 이것저것 결혼서류에 필요한 신체검사를 받느라 몇번 병원을 찾긴 했었지만 여기 병원은 씨티에서 제일큰 종합병원이라서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병원을 찾아온건지 우주과학 연구소를 찾아온건지 헷갈릴정도로 샤프한 실내 인테리어 하며 푹신한 쇼파, 가끔 미로처럼 생긴 길까지.
산부인과 병동은 따로 있었는데 1층에서는 미처 선물을 구입해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꽃,색색이 풍선이랑 애기인형,옷등등 애기용품까지 다 판매하고 있다.

똑똑.. 병실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샤론이랑 샤론의 남편 스티브가족들까지 사람들로 꽉차있고 한쪽에는 새벽에 드디어 세상과 만난 갓난아이가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었다. 꼭 한국애기 같다. 피부색깔하며 까만 머리색깔까지. 3주가 지나야 아이의 시야가 확보 된다는데 놀랍게도 눈동자는 깊은 바다색깔이다. 아마 눈색깔은 아빠를 닯은 모양이다.
또 한가지 놀란건 우리나라 같으면 갓 태어난 아이는 신생아실에서 유리창 너머로 아기를 볼수 있는데 여기는 당일날 아기침대에 눕혀서 엄마가 있는 병실로 보내준다. 아마도 면회시간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또한가지는 새벽에 아기를 낳은 샤론이 레드와인을 마시고 있었는데 스카치든 와인이든 그냥 술이라고만 생각하는 내게는 약간 의아했었다. 그만큼 레드와인이 좋기때문에 병원에서 식사때 레드와인이 같이 나온다고 한다.
지금은 아프지 않냐고 샤론에게 물었더니 엄청 아팠었는데 벌써 다 잊어버렸단다.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샤론이랑 샤론의 부모님이 우리에게 다음엔 샘과 은정이 차례라며 무척 흥미로워 하신다.
나는 아이를 한번 안아보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불안해 할까봐 그냥 "까꿍 까꿍~"만 하면서 참아야했다.

만약 샤론이 딸을 낳으면 내가 일주일간 샘한테 바디맛사지를 해주기로 하고, 아들을 낳으면 샘이 한달간 하루에 2잔씩만 와인을 마시기로 내기를 했는데 (사실 누가봐도 아들이었는데 말이다.)샘은 하루에 와인을 3잔씩 마시는 대신에 한달간 집안청소며, 설거지,와이셔츠 다리기를 자기가 하겠단다. 못이기는척 그러라고 했더니 그게 고마웠던지 다음날 샘은 내가 좋아하는 인형을 2개 사가지고 왔다. 하나는 그네를 타고있는 천장에 걸어놓는 인형이고 하나는 알렉스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인형이다.
하루에 4잔씩 마시라고 하면 이번에 뭘 사올지. ㅋㅋ

내일은 한국비디오테잎을 반납해야된다. 지난번에 그렇게 한국에서 히트를 쳤다던 옥탑방고양이 마지막회랑 클래식등 몇개를 빌려왔는데 4개를 다 2번씩 봤더니 이번주는 후딱 지나가버렸다.
브리스번은 지금 EKKA축제로 한창 들떠있다.
우리도 지난 토요일에 다녀왔는데 사람들의 인파는 둘째치고 특히나 일명 [개쇼]-별의별 희귀하고 큰 강아지가 다 있었다- 와 소가 볼만했다. 다들 얼마나 먹었는지 소도 우리가 생각하는 날씬한 소가 아닌 돼지다리처럼 살이 포동포동 늘어진 저게 소냐? 싶을 정도의 크기하며,
개는 또 어떻든지. 한국의 진돗개보다 약간 더 큰 싸이즈의 푸들은(그렇게 큰 푸들 첨 봤다.)주인이 얼마나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고무밴드로 머리를 묶어놨던지 이쁘면서도 불쌍할 정도였다. 암튼 나는 곰처럼 덩치가 산만한 까만개와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그 개한테 안물리고 지금까지 살아있는게 용하다.

이번주는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서 달력에서 그냥 사라진듯 하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는데 어찌 보낼지~~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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