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여보]의 뜻은?

성은정이 2003. 8. 19. 14:23
지난번에 엄마가 여기 오셨을때 내가 항상 샘을 부를때 그냥 "샘"이라고 이름만 부르니까 보다못한 엄마가 그렇게 멋없게 이름만 부르지 말고 코맹맹이 소리고 "자기야~"도 한번 해보라고 그러셨다.
해보긴 해봤는데 영 엉덩이가 간지러워서 안된다.
그래도 결혼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호칭. 바로 "여보야~"
그래서 어젯밤 샘은 밖에서 열심히 닭고기를 굽고 나는 안에서 볶음밥을 만든뒤 "여보~ Dinner Ready"했다.
뭔말인지 샘이 알아먹고 오케이 하긴 했는데 나중에 밥먹으면서 얘기해준다.
[여보]는 바보라는 뜻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바보야~ 저녁준비 다 됐어~"했던거다. 켁

요즘 우리는 미리 아기 이름부터 지어놓자고 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샘은 한국식으로 이름을 짓자고 하고 나는 외국에서 살건데 발음이 어려운 한국이름보다는 약간 섞어서 짓자고 하고.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뜻]이 영 반대라는 점이다.
자동차 운전석과 비디오테이프 돌아가는 방향이 반대인 것만으로도 성질이 나는걸 열심히 참고 있는데 내가 좋은 뜻으로 말한 이름마다 반대라니. 안그러면 유행이 지난 이름이란다. 수잔, 린다, 그레이스 뭐 이런 이름은 말이다.
그러고보면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들의 이름을 지을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결국 우리는 생각 날때마다 수첩에 다 적었다가 나중에 그중에서 제일 나은걸 고르자고 했다. 이거원 제비뽑기도 아니고~

샘은 제임스본드(숀코넬리)흉내를 참 잘낸다.
여기 사람들도 샘이 제임스본드 흉내를 내면 진짜같다고 박수를 칠 정도니까.
하루는 내 슬리퍼 한쪽이 떨어져서 샘이 본드를 사와서 붙여주는걸 보고 내가 기막힌걸 가르쳐줬다.
제임드본드라고 하지말고 [오공본드]라고 하라고.
오공이란 뜻은 한국말로 훨씬 잘생기고 똑똑한 뜻이라고.
샘은 약간 의심스러워하는 눈빛을 보내고 나더니 내가 "진짜야~"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마이네임 이스 오공본드~"한다.
오공본드라고 할때마다 내가 자지러지게 웃으면 왜그러냐고 물을때마다 너무 흉내를 똑같이 잘내서 그러는거라고 하면 얼마나 흡족해 하던지.
이제 진실을 밝힐까..하다가도 에이 조금만 더 더 하면서 오늘 하루가 지나간다.
지난번에는 일부러 혼동되라고 [머리어깨무릎발무릅발]노래를 가르쳐줬는데 너무 금방 따라해서 어떤 노래를 가르쳐줄까 생각이다.
애국가를 가르쳐줘봐??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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