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식욕

성은정이 2003. 9. 17. 11:46
너무 졸려서 딱 5분만 책상에 엎드려 잘수 있으면 다른거 다 필요없을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이런 기억이 거의 없다.
왜냐..쉬는날이면 꾸역꾸역 낮잠을 자줘야 하는데도
이상하게 밖에만 나가면 팔팔하다.
십년간 직장생활할때도 그랬고, 학교다닐때에도 거의 안졸았다.
내 취미는 공부하기.
특기는 취미살리기.
흐흐흐 웃자고 한소리다.

암튼 졸릴때 못자는 괴로움만큼이나 먹고싶을때 먹을수 없는 괴로움 또한 만만치 않은데~
오늘은 인터넷 앞에 앉아있는데 어디서 곰탕냄새가 흘러온다.
쯧쯧..오늘은 곰탕이 먹고싶은게로군.

가끔 국제커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이 내게 묻는다.
"식사는 어떻게 해요?"
"저희는 날마다 한국식 먹어요"
정말?? 하는 표정들..

나는 정말이지 운좋게도 샘이 한국음식을 너무 잘먹어서 밤에는 거의 한국식으로 먹는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은 샘이 스테이크를 먹어줘야 하기때문에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한국식이다.
처음엔 샘이 한국음식을 하도 잘 먹으니까
"어머나~ 이런것도 먹을줄 아네~~"하다가
지난번 잡채를 해줬더니 젤리같다며 못먹길래
"이런것도 못먹어?"하게 된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난 처음에 샘이 한국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래서
"너~~~ 한국사람이지?"하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미역국이나 된장국을 주면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밥을 처억 말아서 먹고,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더 맛있다고 말하며
나도 못먹는 고추를 맨입에 아작아작 씹는다.
나는 저녁에 국을 끓일때 다음날 아침 내가 먹을 양을 계산하고 끓인다.
그런데 매번 샘이 맛있다며 내 국을 다 먹어버린다.
맛있다는데..할말없지비..
자기가 살을 못빼는것도 다 내탓이라고 그런다.
내 음식솜씨가 너무 좋아서 그런다고.
아~ 삶의 보람을 느낀다.
솔직히 내가 해준 음식을 맛있다며 두번씩 갖다먹는데
저 사람 뚱땡이가 되면 어떡하나 걱정스러우면서도 잘먹어주는게 한없이 고맙다.

으이그..오늘도 삼천포로 한없이 빠졌군.
오늘의 제목이...맞어. '식욕'이었지.
외국에 나와서 사는 사람치고 한국음식 그립지 않은 사람들이 또 어디있을까 싶다.

된장국도 요리책에 나온것처럼 먹었을때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그립고,
씹히는 맛이 사람죽이는 싱싱한 광어회,
얼큰한 매운탕,
여름에 입맛 땡기는 비빔냉면(이쑤시개 필수!!),
뭐먹을까 궁리하다가 전화하면 바로 오는 짜장면,
국물맛이 개운한 곰탕(어릴적 곰탕재료가 곰인줄 알았다)
목욕후에 피로가 확 가시는 선지국,
별식으로 먹는재미 장어구이,
요즘 부쩍 생각나는 삼겹살..
에구에구..이러다 끝이없지.

샘이 알면 내게 비겁하다고 할줄 모르지만 요즘 나는 한국라면을 감춰놓고 먹는다.
뭐 감춰놨다기 보다는 좀 안보이게 깊숙히 놔둔거지만.
샘이야 누들이 생각날때 한끼 떼우기위해서 먹는거지만
나야 라면의 원초적인 맛을 온몸으로 느끼며 맛있게 먹을줄 알기에 비상식량의 수단이라고 해야되나.
거시기..사자는 한끼 식사를 위해 토끼를 쫓지만
토끼는 목숨을 걸고 도망을 가기에 사자는 토끼를 못잡는다..하는 뭐 아무 상관없는 말이지만 그렇다는 거다.

아~한국 가면 뭘 제일먼저 먹을까.
'한국 가면 먹고올것'에 곰탕 추가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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