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고난의 날들..

성은정이 2004. 3. 9. 14:48
좀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게 3주째..
묘하게도 책에서 읽은거랑 울언니가 이야기 해준게 조금씩 맞아
떨어져서 혹시나..싶으면서도 솔직히 목요일에 병원에 다녀와야
확실할것 같아서~ 암튼 죽을맛이다.
요즘 거의 끼니대신  당근과 삶은감자로 그나마 내 생명을 연장해
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샘은 제발 뭘좀 먹어달라고 안타깝게 애원하는데 도대체 뭐가
땡겨야 말이지..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톰한테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는 전화가 왔다.
집에 있으면 속만 더 니글니글 견디기 힘들것 같아 내가 가자고
적극 동요해서 토요일밤에 톰의 집에 가게 되었다.
집에선 아무것도 못먹겠더니 바뀐 환경탓인지 삶은 돼지고기(물론
한국식 눌린 돼지고기가 훨 맛있지만)랑 완두콩이 입에 맛아서 좀
먹었더니 속이 살것 같았다.
배가 부르니 이제 집에 빨리가서 잠을 자고 싶은데, 샘은 아까부터
신바람이 났다.
초대된 다른 부부중에 켈리포니아에서 살다가 호주로 이사온지 4달된
부부가 있었는데 미국에서의 이 남자의 직업이 영화배우 존트라블타의
좀 높은 개인 경호원이었던 것이다.
그 사람또한 유머감각이 넘치는 사람이라 샘과 궁합이 척척 맞아서
내가 샘한테 "여보 물주세요~"(이건 우리 두사람의 싸인이다. 내가
다른사람 못알아먹게 한국말로 이렇게 말하면 술그만 마시자는 싸인.)
해도 '베이비~아임 오케이'하면서 계속 집에 갈 생각을 않는거다.
그리 썩 편하지 않는 요즘 나의 몸상태에 집에갈때 운전까지 내가
해야 될 판인데 이 양반이~~~
1시간 정도 지났나.. 어떻게 하다가 샘이 나를 봤는데 드뎌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집에 가자고 한다.
차에 타자마자 샘이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자기가 큰 문제를
만들었냐고 쫄아서 묻는걸 외면한채, 집에가서 이야기하자고 하고
한마디도 않은채 운전만 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이런일이 처음이기도 했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하길래
졸음이 머리꼭대기까지 올라와 있던지라 그냥 용서를 해줬다.
그런데 다음날 샘이 내게 심각하게 묻는다.
자기를 사랑하냐고. 엥? 그런 질문같지도 않은 질문을??
왜 그런 질문을 하냐 물었더니 요즘 내가 자기랑 같이 있어도 맨날
눈만 감고 있고, 자기가 대화를 시도할려고 해도 내가 대답만 하고
말을 탁탁 끊는다고.
하~ 자기가 한번 내 입장이 되보면 이해할려나.
물한잔만 마셔도 꽥꽥 넘길것 같은 이 안타까운 내 속사정을.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도 음식생각만 하면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
이 배고픈 심정을.
어서 목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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