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코티쉬랑

가끔씩 찾아드는 슬픈생각..

성은정이 2004. 6. 4. 14:11
어젯밤 샘이 텔레비전을 같이 보다가 갑자기 친구 Joe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고 하더니 꽤 오랜 시간 통화를 했다.
그리고 통화가 끝날 즈음에는 이번주 토요일에 우리가 찾아뵙겠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Joe의 나이는 87세. 여기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다 친구라고 하고
샘도 나이가 많은 오랜 친구 Joe를 만나면 서로 머리를 푹푹 때리곤
하는데 난 그렇게 허물없는 두 사람이 참 좋아 보인다.
(나는 Joe를 나의 시아버지처럼 가깝게 생각한다.)
샘이 Joe에게 연락을 한 이유는 Joe의 와이프가 얼마전 많이 아파서
얼굴부터 시작해서 팔한쪽까지 몸의 반쪽이 마비가 되었다 한다. 
거기에 Joe도 나이가 많고 심장수술을 3번이나 받은 사람이라 샘의
느낌에 Joe가 오래 살지 못할것 같다고..찾아가 봐야 할것 같다고..
결혼하고 나서 나는 엄청 눈물이 많아졌는데 행복해도 눈물이 흐르고,
Joe 이야기를 듣고 나자 또 왠지 서글퍼져서 눈물이 주루룩..흐른다.
샘이 왜그러냐고..
Joe가 오래 살지 못할것 같다는 말도 슬프지만,
지금 샘과 나 이렇게 행복한데 우리도 언젠가는 늙을테고,
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파서 죽을텐데 괜히 그런 생각을 하니까 슬퍼
지는 거다.
나는 예전에는 '죽음'을 별로 피부로 느끼질 못했었다.
그러나 99년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2년사이에 친척 몇분이 병으로
돌아가시자 겁이 덜컥 나는거다.
나의 가족들이나 친구들..내가 아는 사람들..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죽을텐데 하는..
꺼이꺼이 울면서 샘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샘이 꼬옥 안아주고 나서
내 눈을 쳐다보면서 그런다.
자기 친구들은 벌써 애기들이 다 커서 우리보다 훨씬 빨리 늙겠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아이들을 키워야하니 아이들 키우느라 훨씬 젊게
살수가 있다고.
자기 나이가 60이 되어서도 아이들은 이제 스무살을 넘긴 나이일테니
여전히 아이들을 돌보느라 나이먹는줄 모를거라고.
그리고 우리는 창밖으로 해변이 보이는 아파트를 사서 아이들이 다
크면 둘이 여행다니면서 재밌게 살자고.
어느날 아이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어 우리앞에 팔짱을 꼭 낀채로
남자를 소개시키면 자기는 그 남자를 열심히 탐색해본 후에 괜찮다
싶으면 합격점수를 주겠다고. 그래도 되겠느냐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샘의 눈가도 촉촉해진다.
물론 우리도 언젠가는 죽겠지만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고,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남자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낀다.
이번 주말 찾아뵙는 Joe의 모습이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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