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크리스마스 파티와, 생일 파티, 거기에 shop 직원 한명이 빵구가 나는 바람에
그거 땜빵까지 하느라 요즘 아주 정신이 없다.
모처럼 늦잠을 자도 되는 날...
8:30쯤에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알랙스가
바깥쪽을 가리키며 뭐가 2개가 있다며 나보고 와보라고 한다.
알랙스가 워낙 진지하게 바라보길래 뭔데..? 하면서 가보니
옴마야~아주아주 작은 새끼고양이 2마리가 우리 정원에서 놀고있는게 아닌가.
애들과 우르르 나가서 다가가니 이녀석들 갑자기 겁이 났는지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그자리에서 얼어버렸다.
한마리는 하얀색에 푸른색 눈, 또 한마리는 회색줄무늬에 정말이지
너무도 앙증맞아서 귀여운 두 녀석.
순간적으로 머리가 후다닥 돌아가고..
털달린 짐승은 내가 무서워하는지라 아무리 새끼여도 무서워도 못 만지겠고,
키울 자신도 없지만 흰고양이가 워낙 달달달 떠는지라 박스에 신문지라도
깔아줘야겠다 싶어서 애들보고 잘 지키라고 하곤 가라지에서 박스를 가져와보니
두 녀석 다 사라지고 없다.
에궁..내가 박스 가지러갈때 비안카와 알랙스가 나를 졸졸졸 따라온 사이에
두마리 모두 도망을 간것이다.
"잘 좀 지키라고 했잖아~" 나 괜히 애들한테 투정이다.
그러고 점심 약속이 있어서 애들과 다녀오고, 샘이 좀 일찍 퇴근을 했길래
아침의 고양이 사건을 이야기해주는데..어라~그 순간 두 녀석이 다시 나타난거다.
샘이 나가니 그 사이 날쌘 회색고양이는 또 어디론가 가버리고 흰녀석만 잡아서
주사기에 우유를 먹여줬다.
며칠 굶은듯 미친듯이 우유를 쪽쪽쪽 빤다.
아직까지 몸을 덜덜 떨기에 작은 수건으로 덮어주니 좀 안정이 된 모양이다.
작은 곰인형은 고양이가 외롭지 말라고 샘이 넣어준 거다. 친절한 샘씨!
나머지 한마리도 옆집과 공동작업으로 잡아와서 우유를 먹이고..
우유를 먹고나니 기운을 좀 차린것 같다. 10센티정도 밖에 안된 앙증맞은 고양이들..
우유먹은 뒤에는 생달걀도 먹였다. 단백질 보충을 위하야~
비안카와 알랙스는 서로 안아보겠다고 난리다.
회색고양이가 움직이자 알랙스는 깜짝 놀라고~
울 비안카는 고양이에게 뽀뽀까지 해준다.
덤으로 나까지 한장~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이 고양이들을 키울수가 없다는 거다.
생후 2,3주 밖에 안된 녀석들이라 적어도 4시간에 한번씩은 특별한 우유를 먹여야 하고,
앞으로 한국에 가면 그 동안 누가 이녀석들을 돌봐준단 말인가.
여기저기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냐고 전화해 봤지만 다들 노땡큐다.
강아지 같으면 나도 키우겠는데 고양이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르니
그 정을 떼기도 힘들테고..
샘은 밤새 바깥에 놔뒀다가 어미가 와서 데려가면 좋은거고,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동물병원에 데려다주겠단다. 그러면 거기서 안락사를 시킨다고.
아니..이제 태어난지 몇주밖에 안된 고양이들을 안락사시킨다니..
내가 죽을 얼굴을 하자 샘도 다시 방법을 궁리해보다가 앞집 아만다에게
sos를 날렸다. 아만다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지금도 5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새끼 고양이들을 보자 자기가 키우다가 고양이를 원하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데려갔다.
새끼고양이들과 반나절동안 사진을 40여장 찍었다.
길어야 고작 하룻동안의 에피소드였는데도 왠지 가슴 한켠이 짠하고 아쉽다.
바람이 났는지, 사고가 났는지 자식들을 돌보지 않는 어미고양이랑 사는것보단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과 사는게 훨씬 낫겠지.
어린 고양이들이 사랑을 듬뿍받고 건강하게 잘 자라나기를..
그래도 어쩐지 여전히 마음은 아프다...
숨쉴때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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